[최배근 칼럼] 인간의 부끄러움을 포기한 경제관료들
하다하다 현실성 적은 내년 전망치로 호도
올해 추경호 스스로 두 차례 하향 다 잊었나
4분기 수출↑ 기대? 작년 4분기 급락 기저효과
적정수준 미달 외환보유 미국채 폭락에 빨간불
책임지는 자세 하나 없이 뻔뻔하게 숫자놀음
200위로 떨어진 무역수지에도 국민 망각 이용한 “수출 는다”
수출 참상은 무역수지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라는 환란을 겪은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무역수지 흑자 달성을 사실상 국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이 무역적자였지만 이명박 정권 전체적으로는 무역흑자였고, 무역흑자 기조는 문재인 정권 때까지 역대 정권에서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이 기조가 붕괴된 것이 윤석열 정권이다. 작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7개월 동안 자그마치 606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209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 무역수지 순위에서 문재인 정권 중에는 20위 이내였던 한국이 200위로 곤두박질친 이유이다.
그럼에도 추경호가 4분기(10월~12월) 수출 증가를 기대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추경호가 “우리 경제가 부진에서 완만하게나마 다시 회복하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라며 “10월, 11월 가면서 조금씩 더 가시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것이 바로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의 망각을 이용해 현실을 호도하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22년 1분기 이후 올해 3분기(7~9월)까지 분기별 수출 증가율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10월~12월에 해당하는 지난해 4분기부터는 –10.0%까지 급락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지난해 수출 증가율이 높았던 분기가 올해 수출 감소율이 크다. 이른바 기저효과이다. 지난해 10%나 감소하였기에 올해 4분기에는 3분기 추세가 지속하여도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서는 플러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4분기에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가 나와도 문재인 정권의 2021년 4분기 수출액을 회복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것조차 수출금융에 23조 원 투입과 20대 수출전략 분야에 올해 총 41조 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해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거짓말, 둘러치기, 은폐… 공직자의 양심은 어디 갔는가
수출이 성장률에 착시효과를 만들어내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성장률 계산을 원화 단위로 하기 때문이다. 수출액이 감소해도 환율이 오르면 수출액은 증가할 수 있다. 게다가 수출액 감소보다 수입액 감소가 크면 경제성장률에는 플러스(+)로 기여한다. 무역수지 참상은 고환율 지속과 외환보유고 축소, 그리고 외국인 자금 철수에 따른 주가 폭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율 방어로 외환보유고가 윤석열 정권 이후 352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외신(<Financial Times>)이 지적했듯이 환율 방어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IMF가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 수준에 미달할 뿐 아니라 블룸버그가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통화로 분류하는 태국이나 필리핀보다도 크게 낮은 상태이다. 무엇보다 이창용 총재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해외투자가는 많지 않다. 한은 총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순간 한국 원화는 대폭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중 약 90%를 유가증권, 특히 미국채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미국채와 미국 정부가 보증한 MBS 등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미국채 전체 평균은 2020년 여름 정점 대비 15% 이상 하락했고, 특히 10년물 이상의 장기 국채 가격은 45% 이상 하락한 상태이다. 액면가치를 반영하는 장부가격 기준 외환보유액과 평가손익이 반영된 외환보유액과 상당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가증권의 평가손은 현금 동원 능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시장 불신을 잠재우려면 한은의 유가증권 구성 내역과 평가손실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 실제 외환보유액은 4천억 달러가 붕괴하였다는 말이 회자한다. 8월 기준 미국채 보유액이 1178억 달러였다. 평균 손실율 15%만 적용해도 177억 달러이다.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4141억 달러이니 4천억 달러 붕괴는 합리적 주장이다. 게다가 나머지 유가증권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창용이 걱정없다는 메시지가 공허하게 들린다. 이것들이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이다.
그 결과 윤석열 정권 출범 전날 2610.81이었던 코스피는 약 12%가 하락하며 2300 방어를 힘겨워하고 있다. 860.84였던 코스닥은 13% 넘게 하락하였다. 반면, 미국 S&P500과 나스닥은 같은 기간 각각 3.2%와 3.2% 상승했고, 일본 니케이225와 유로스탁스50은 각각 18%와 14% 상승했다. 부동산시장 붕괴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중국의 상해종합주가지수조차 하락하지 않고 0.5% 상승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라면 기본적인 양심은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표현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기본자세가 아닌가? 참으로 양심이 없고 책임지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공직자들이다. 공직자를 떠나 인간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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